▶ 책소개
『높은 곳으로 달려』는 2011년 3월 11일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난 날, 엄청난 재앙 앞에서 주저앉기 보다는 있는 힘을 다해 달리고 달려서 살아남은 아이들의 감동적인 이야기를 담은 그림책입니다. 바닷가에서 고작 400~500m 정도 떨어진 곳에 위치한 초등학교와 중학교 아이들이 어떻게 쓰나미를 뚫고 살아남았는지 보여줍니다. 아이들은 쓰나미라는 절망 앞에서 무릎 꿇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겠다는 일념으로 달리고 또 달려 유치원생을 포함한 약 600명의 학생들 대부분이 무사할 수 있었습니다.
5교시 수업이 끝날 무렵이었습니다. 드륵, 드르륵. 순간 아이들의 몸은 공중으로 붕 떠올랐지만 이내 정신없이 책상 밑으로 들어갔습니다. 서로를 밀고 끌면서 필사적으로 더 높은 곳으로 달려 도망치기 시작하는데….
▶ 저자소개
저자 사시다 가즈는 출판사에서 잡지 편집을 하다가 작가가 되었습니다. 생명, 평화, 자연에 관심이 많아, 이와 관련된 일들을 취재하며 작품을 쓰고 있습니다. 쓴 책으로 한신 대지진에서 피해를 입고 가족을 잃은 아이들의 마음을 그린 《그날을 잊지 않으리-아득히 먼 해바라기》와 오랫동안 히로시마를 취재해서 쓴 《히로시마의 피아노》 《히로시마의 생명의 물》 《바다를 건넌 히로시마의 인형》 등이 있습니다. 동일본 대지진 때 이 책의 배경이 된 가마이시 시에 살던 친척이 피해를 입은 것을 계기로 그곳에 가게 되었고, 현재도 복구를 도우며 취재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 출판사 리뷰
“포기하지 마! 자기 목숨은 스스로 지켜!”
2011년 3월 11일 동일본 대지진이 일어난 날,
엄청난 재앙 앞에서 주저앉기보다
있는 힘을 다해 달리고 달려
쓰나미에서 함께 살아남은 아이들의 이야기.
대지진과 쓰나미, ‘무엇을, 어떻게’ 이야기할 것인가?
2011년 3월 11일 리히터 규모 9.0의 강진이 일본 동북 지역을 강타했다. 세계적으로 근대적 지진 진도 관측이 시작된 이래 네 번째 규모이자 일본 관측 사상 최대 규모였다. 지진의 여파로 발생한 쓰나미는 연안 도시를 강타했고, 2만 명이 넘는 사망자와 실종자, 31만 명이 넘는 이재민 등 그 피해는 엄청났다. 원자력 발전소의 파괴로 인한 방사능 물질 누출까지 지진과 쓰나미의 피해는 현재까지, 아니 미래에도 계속될 고통과 공포로 남아 있다.
너무나 거대한 자연의 힘 앞에서 실로 무력하게 많은 것을 잃어야만 했던 사람들에게 남은 것은 오로지 절망과 분노였을지도 모른다. 살아남은 이들이 살아 있음에 안도하고 기뻐할 수도 없을 만큼 무거운 절망, 기적이나 희망이라는 말을 섣불리 입에 담기 어려운 극한의 좌절…….
어른들조차 똑바로 바라보기 힘든 이 상황이 아이들에게 어떨까? 말 그대로 대재앙을 겪은, 혹은 곁에서 지켜본 아이들에게 어른들은 무슨 이야기를 어떻게 들려주어야 할까? 이 책은 그런 물음에 조심스럽게 하나의 길을 제시하고 있다.
쓰나미를 뚫고 살아남은 아이들의 이야기
이 책은 지진이 발생했던 그날, 일본 가마이시 시 바닷가 어느 마을 아이들의 이야기이다. 바닷가에서 고작 4~500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있었던 초등학교와 중학교 아이들은 쓰나미에서 무사히 도망쳐 살아남았다. 이 마을뿐만 아니라 가마이시 전체에서 학교의 관리 하에 있었던 3천명 가까운 학생들 역시 대부분이 무사했다. 이 기적과도 같은 일은 어떻게 가능했을까?
이 책의 작가 사시다 가즈는 대지진 이후 가마이시에 살던 친척이 걱정되어 그곳을 찾은 것을 계기로 자원봉사를 시작했고, 그러면서 이 책 속의 아이들을 만났다. 그 무서운 쓰나미에서 함께 살아남은 아이들을 보며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 궁금해 시작한 취재에서 이 이야기가 탄생된 것이다.
작가는 이 책이 출간되기까지 위기도 있었음을 고백한다. ‘살아남은’ 아이들의 이야기가 절망과 고통 한가운데 있는 사람들에게 오히려 상처가 되지는 않을까, 원자력 발전소 사고까지 더해져 대지진과 쓰나미를 어떻게 이야기할 것인지, 아니 이야기하는 것조차 꺼려지는 상황 속에서 이 책은 쉽게 받아들여지지 못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 책은 두렵지만 피할 수 없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본다. 그리고 이야기한다. 무서운 지진과 쓰나미는 앞으로 ‘있을 수도 있는’ 일이 아니라 ‘또 있을’ 일이라는 것, 그리고 그런 재앙이 닥쳤을 때 목숨을 지키고 살아갈 힘을 기르는 것이 모두에게 가장 중요한 일이라는 것을 말이다.
머리와 손이 아니라, 마음과 발로 쓰고 그린 생생한 기록
책은 지진이 일어나던 순간부터 시작된다. 지진과 쓰나미에서 살아남은 아이들의 증언은 생생하고 아프다. 서로를 밀고 끌면서 필사적으로 더 높은 곳으로 달려 도망치던 긴박하고 떨리는 순간은 물론, 산 위에서 검은 파도에 휩쓸려 사라진 마을을 내려다보며 눈물을 멈출 수 없었다는 아이들의 이야기는 보는 이를 먹먹하게 만든다. ‘그냥 피난 훈련이겠지?’하는 저학년 아이의 말에 웃을 수도 울 수도 없었던 아이의 마음, 생사를 알 수 없는 부모를 기다리며 더 나쁜 생각이 들지 않게 좋아하는 텔레비전 프로그램 이야기를 하며 웃었다던 아이들의 이야기도 아프다. 살아남은 것에 기뻐하는 사람, 누군가로부터 받은 도움에 감사하는 사람도 있지만, 아픔과 고통은 여전히 크다. 집을 잃고 다른 학교 체육관에 사는 아이, 가족을 잃은 아이, 먼 곳으로 떠난 친구들, 삶의 터전을 잃은 부모들……. ‘많은, 아주 많은 일이 있었다.’고 담담히 말하는 아이의 목소리는 그래서 여전히 끝나지 않은, 얼마나 걸릴지 모를 아픔이 더 절절히 느껴진다.
이 책의 작가들은 지진과 쓰나미가 있었던 날 아이들이 대피했던 언덕길을 수없이 오르내리고, 많은 아이들을 만나 직접 이야기를 들으며 이 책을 쓰고 그렸다고 한다. 머릿속으로 상상해 손으로 그린 이야기가 아니라, 아이들을 직접 만나 그들의 눈을 바라보고, 그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며, 그 아이들이 죽음의 공포를 느끼며 달렸던 길을 실제로 달리면서 마음과 발로 쓰고 그린 생생한 기록인 것이다.
대재앙에 맞서 함께 살아남은 아이들의 힘-생존의 3원칙
이 책은 지진과 쓰나미의 고통과 아픔에 대한 생생한 기록에서 그치지 않는다. 이 책은 대재앙 속에서 ‘살아남은 아이들의 힘’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 책의 배경이 된 가마이시의 아이들이 그토록 무서웠던 지진과 쓰나미 속에서도 대부분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것은 철저한 대비와 훈련 덕분이다. 가마이시는 2004년부터 지진과 쓰나미 피해를 줄이기 위해 여러 가지 활동을 다방면에서 펼쳐왔다. 지진과 쓰나미를 ‘반드시 올 것’이라 생각하고 대비한 것이다. 아이들은 학교 수업이나 방재 훈련을 통해 지진과 쓰나미를 배우고, 목숨을 지키는 방법을 수없이 훈련했다. ‘상상에 그치지 말 것! 자연의 힘은 감히 인간이 상상할 수 없는 거대한 것이다. 어떤 때에도 온 힘을 다한다. 첫 번째로 대피하는 사람이 된다.’ 아이들은 목숨을 지키는 이 세 가지 원칙도 늘 마음속에 새기고 있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것, 도망치는 것은 절대 부끄러운 일이 아니며, 내가 먼저 진심으로 도망쳐야 다른 사람들도 함께 목숨을 구할 수 있다는 생각과 그 실천이 가마이시 아이들을 살린 힘이었던 것이다.
이 책은 말한다. 아이들에게 살아남는 법을 가르치기 위해 미리 준비하고 애썼던 이들의 자세와 마음가짐, 그리고 뒤에서 달려드는 죽음의 공포에 쓰러지지 않고 있는 힘껏 달려 살아남은 아이들의 그 귀하고 강한 의지를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고 말이다.
“바다가 무섭지 않아요?” 아이의 물음에 대한 답
대지진과 쓰나미 후, 할아버지와 함께 오랜만에 바닷가를 찾은 아이는 마음속에 꽁꽁 숨겨 두었던 질문을 한다.
“할아버지는 바다가 무섭지 않아요?”
할아버지는 대답한다.
“아니……. 쓰나미는 무섭지. 하지만 바다가 잘못한 게 아니란다. 자연은 원래 그런 거야.”
그랬다. 아이와 가족을 먹고살게 해 준 것도 바다고, 집과 배를 쓸어가 버린 것도 바다였다. 무섭기도 하고 고맙기도 한 바다, 자연은 원래 그런 거라고 할아버지는 말한다.
사람들의 희망이, 또한 사람들의 절망이 자연에서 비롯된다 하더라도 자연은 결코 옳고 그름을 판단하고 평가할 수 있는 대상은 아닐 것이다. 원래 그렇게 존재하는 거대한 자연 앞에서, 인간에게 필요한 것은 결국 그 무엇도 아닌 살아내고야 말겠다는 힘과 의지가 아닐까? 그래서 할아버지는 그렇게 말했을 것이다. “살아만 있으면, 앞으로 어떻게든 할 수 있는 법이란다.”
지진과 쓰나미, 참담한 대재앙을 겪은 아이의 물음과 할아버지의 답은 어쩌면 우리의 삶 전체를 끌어안는 질문과 답일지도 모른다. 살아남기 위해 온 힘을 다해 달리고 달렸던 아이들의 이야기가 우리에게도 오래도록 기억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출처 :교보문고 홈페이지
[2014년 환경부 선정 우수환경도서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