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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수환경도서

자연의 역습, 환경전염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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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역습, 환경전염병

대상 일반인용
작가(글) 마크 제롬 월터스
작가(그림) -
출판사 -
가격 13000원

▶ 책소개

1. 인간의 탐욕이 만들어낸 6가지 환경전염병

2008년 한국 사회를 분노와 공포로 들끓게 한 광우병뿐만 아니라 에이즈, 사스, 조류 인플루엔자, 라임병, 웨스트나일뇌염 등 수십 년 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질병들이 출현해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현대 의학이 맹위를 떨치고 있는 지금도 세계 인구 세 명당 한 명이 전염병으로 목숨을 잃고 있다. 인류는 이처럼 무시무시한 질병에 포위된 희생자일 뿐인가?

20세기 중반 이후 출현한 새로운 전염병들과 환경 변화 및 생태 파괴의 관계를 탐색한《자연의 역습, 환경전염병》은 인간이야말로 지구 환경과 자연의 순환 과정을 파괴함으로써 새로운 질병을 불러들인 주범이라고 말한다. 광우병은 초식동물인 소에게 동물성 사료를 먹여 먹이사슬을 교란함으로써 빚어진 인위적 재해이며, 인간이 자연림을 파괴하지 않았다면 에이즈는 원숭이들의 풍토병으로만 남아 있었을지 모른다. 지구 온난화, 삼림 파괴, 집약 농업, 공장형 축산, 야생동물 절멸, 생물 다양성 파괴, 생태계 교란, 항생제 남용과 세계 무역에 이르기까지… 편의와 경제적 이익을 위해 무분별하게 자연에 개입해온 인간은 이제 치명적인 신종 전염병이라는 자연의 역습 앞에서 두려움에 떨고 있다.

이 책은 이렇게 인간의 개입으로 인한 생태 변화와 밀접하게 연관된 새로운 질병을 ‘에코데믹ecodemic(환경전염병)’이라고 부르며, 여섯 가지 신종 전염병(광우병, 에이즈, 살모넬라 DT104, 라임병, 한타바이러스폐증후군, 웨스트나일뇌염)의 예를 통해 인간이 자연에 일으킨 변화와 재앙의 순환 고리를 보여준다. 현지 조사와 인터뷰 형식을 빌려 새로운 질병들이 어떻게 해서 출현하고 확산되었는지를 생생하게 추적하는 저자는 “현대의 질병은 의학적 문제일 뿐만 아니라 생태적 문제”라고 강조한다. 따라서 과학적인 치료법 개발에 골몰하는 것만으로는 인류가 직면한 위기를 벗어날 수 없다(세균이 아닌 바이러스가 주를 이루는 에코데믹은 사실 의학적 규명과 치료법 개발이 쉽지도 않다). 인간의 건강과 환경의 건강이 얼마나 깊이 연관되어 있는지 깨닫고, 새로운 사유와 행동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는 것이 이 책이 전하는 경고이자 지혜이다.


2. 다시 전염병의 시대가 오고 있다

1969년 미국 공중위생국장인 윌리엄 스튜어트는 “전염병의 시대는 갔다”고 공언했다. 현대 의학의 힘으로 전염병과의 전쟁을 끝냈다는 자신만만한 선포였다. 14세기에 유럽 인구의 3분의 1을 죽음으로 몰고 갔던 흑사병이나 20세기 초에 약 2천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스페인 독감 같은 전염병의 창궐은 지나간 역사의 사건으로만 기록되는 듯 보였다. 그러나 악몽은 결코 끝난 것이 아님을 우리는 눈앞의 현실로 지켜보고 있다.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1973년 이후 에이즈를 비롯한 40여 종의 전염병 병원체가 추가로 확인되었다. 2000년에 미국 CIA는 아예 ‘전염병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2008년 5월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한국에서 처음 라임병균이 발견되었으며, 미국에서는 최근 발생한 살모넬라균 감염 환자 수가 7월 10일 기준으로 1,000명을 넘어섰다. 식탁에 올릴 음식을 고르느라 애를 태우고, 목숨을 거는 심정으로 외국행 비행기를 타고, 바이러스 감염 때문에 생매장당하는 동물들을 보며 공포에 떠는 것이 바로 우리 일상의 풍경이다. 일부에서 우려하듯, 전염병이 다시 21세기 인류의 천적이 되는 것일까?


3. 에코데믹ecodemic, 아픈 자연이 인간의 탐욕을 벌하다

수의학자이자 언론학 교수인 이 책의 저자는 최근 수십 년 동안의 상황을 “인류가 전염병의 네 번째 시기에 들어서고 있는 듯하다”고 정리하면서, ‘에코데믹ecodemic’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제안한다. 전염병을 뜻하는 ‘epidemic’을 변형한 것으로서 ‘생태병’ 내지 ‘환경전염병’이라고 옮길 수 있는 에코데믹은 인류가 지구 환경과 자연의 순환 과정을 대규모로 파괴한 결과 나타난, 생태 변화와 밀접하게 연관된 전염병들을 가리키는 말이다. 이 개념을 통해, 자연에 급격한 변화를 일으킨 우리 인간이야말로 새로운 질병의 출현과 확산을 부른 주범이라는 사실이 분명해진다.

이 책은 이러한 시각을 바탕으로 최근 인류를 위협하고 있는 여섯 가지 신종 전염병의 원인과 현황을 분석하고 있다. ‘광우병, 에이즈, 살모넬라 DT104, 라임병, 한타바이러스폐증후군, 웨스트나일뇌염’이 바로 저자가 추적한 에코데믹들이다. 그리고 에필로그에서는 2003년 10월까지의 ‘사스(중증급성호흡기질환)’ 현황을 정리해놓았다. 이 전염병들의 역사를 따라가다 보면, 자신의 집인 자연계를 파괴해온 인류가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 질병의 재앙 앞에서 공포에 떨고 있는 모습이 선명하게 드러난다.


4. 조심성 없는 인류가 빚은 여섯 가지 우화

이 책은 학술적인 전염병 연구서는 아니다. 의학 지식을 바탕으로 신종 전염병의 원인과 발생 경로 및 확산 과정을 친절하게 설명하고 있지만, 전문적인 보고서라기보다는 인간의 건강과 자연계의 운명이 서로 얽혀 있는 모습을 재구성한 드라마에 가깝다. 저자는 전 세계를 돌며 질병의 첫 발생지를 찾아가 현장을 확인하고, 희생자와 가족을 인터뷰하며 치명적인 질병을 물리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연구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인다. 그래서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여섯 가지 신종 전염병의 이야기는 딱딱한 보고서를 넘어 인간의 어리석음이 빚어낸 비극을 보여주는 여섯 가지 우화가 된다.

■ 현재 한국 사회의 가장 뜨거운 이슈인 광우병은 소에게 강제로 동물성 사료를 먹인 결과 생겨난 것이다. 수백만 년에 걸쳐 식물을 먹도록 진화해온 초식동물에게 농축된 고깃가루와 뼛가루를 첨가한 사료를 먹인 것은 물론 단백질 함량을 높여 몸무게를 빨리 늘리기 위해서다. 더 나은 효율과 수익을 위해 먹이의 경계선까지 뛰어넘은 인간의 탐욕이 뇌에 스펀지처럼 구멍이 숭숭 뚫리면서 뇌 조직이 파괴되는 무서운 질병을 낳은 것이다. 결국 이 재앙은 동물뿐 아니라 사람의 뇌로도 옮겨왔다. 인간광우병이라고 불리는 변종 크로이츠펠트-야코프병(vCJD)이 소의 광우병에서 전염되는 과정에 대해서는 논란이 분분하지만, 동물의 잔해로 만든 사료에서 광우병에 걸린 소를 거쳐 그 고기를 먹은 사람으로 이어지는 고리에 필연적인 연관 관계가 있다는 것을 누가 부정할 수 있을까?

■ 20세기의 흑사병이라고 불리는 에이즈(HIV/AIDS)는 열대 밀림을 파괴하는 대규모 벌목 현장에서 야생동물 고기를 사냥해 먹고 거래하는 과정에서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옮겨왔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바이러스를 중화하는 침팬지의 면역계를 통해 인간의 감염을 예방할 방안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침팬지들은 사냥으로 멸종 위기에 몰려 있다. 에이즈바이러스의 기원을 추적하고 있는 한 연구자는 이렇게 말한다. “그들이 죽으면 그들이 줄 수 있는 단서들도 사라져요. 목표가 공중 보건을 보호하는 것이든 위기에 빠진 침팬지를 보호하든 것이든 상관없어요. 두 목표는 하나이면서 똑같은 것이니까요. 믿고 싶지 않겠지만, 우리는 동물 세계에서 떨어져 나온 것이 아니에요.”

■ 살모넬라 DT104를 비롯한 치명적인 항생제 내성 질환은 대부분 약물을 남용해 생긴 것이다. 사람들은 어미젖에 들어 있는 천연 항생제를 먹을 기회도 주지 않고 어린 가축들을 비위생적이고 좁은 축사로 몰아넣은 다음, 병에 걸리지 않을 환경을 만들기보다는 약물을 주입하고 항생제를 섞은 사료를 먹이는 데만 신경을 쓴다. 이런 항생제 살육에 살아남은 세균들은 강력한 내성을 지니게 마련이고, 이렇게 되면 쉽게 치료할 수 있는 식중독이 순식간에 치명적인 질환으로 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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